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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사망원인 1위, 심혈관질환

 출처 : http://scentkisti.tistory.com/entry/세계-사망원인-1위-심혈관질환

 

아는 사람이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가 있다. 사고를 당한 경우를 제외하고 사람이 갑자기 죽는 이유는 대부분 심혈관질환 때문이다. 심혈관질환은 평소 아무 문제없이 잠복해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목숨을 앗아간다. 전 세계 사망원인 가운데 심혈관질환이 차지하는 비율은 30%로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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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심혈관질환으로 급사한 경우 ‘심장마비’로 통틀어 말했지만 요즘은 증상의 원인에 따라 세분해서 부른다. 혈관이 막힌 경우, 심장 박동에 문제가 있는 경우, 심장 구조에 문제가 있는 경우 등 심혈관질환은 다양한 원인으로 생긴다. 언제 갑자기 찾아올지도 모르는 불청객, 심혈관질환은 왜 발생하며, 또 어떻게 예방하면 좋을까?

가장 치명적인 질환들은 피를 보내는 혈관이 막혀 일어난다. 심장은 우리 몸의 구석구석으로 피를 보내는 기관이다. 모든 세포는 심장이 보낸 피로부터 산소와 양분을 공급받아야 살 수 있다. 온 몸에 피를 보내는 심장도 이 원칙에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심장에는 심장 자신의 세포에 산소와 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관상동맥이라는 혈관이 존재한다.

심혈관질환 중 가장 위험한 ‘급성심근경색’은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혈전’에 의해 막혀 심장 세포가 죽는 병이다. 급성심근경색이 일어난 지 2시간이 지나면 심장 세포가 산소 공급을 받지 못해 죽기 시작하고 심장이 멈춰 사망에 이르게 된다. 초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생사가 결정되기 때문에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고통이 10분 이상 지속되면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협심증’은 심근경색과 비슷하지만 정도가 약한 증상이다. 심장 세포가 죽을 정도는 아니지만 관상동맥에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심장 근육에 통증이 발생한다. 협심증은 주로 몸을 움직이다가 심장에 무리가 가면 발생한다. 따라서 운동할 때 통증이 오면 협심증, 쉴 때 오면 심근경색일 가능성이 높다. ‘뇌중풍(뇌졸중)’도 심근경색이나 협심증과 같이 혈관이 막혀 발생한다. 단 뇌중풍은 심장이 아니라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뇌혈관의 일부가 막혀 발생한다.

혈관이 막혀 일어나는 증상은 평소 혈액 순환이 잘 되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게 고혈압 환자에게 이들 질환이 나타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적절한 운동과 식습관으로 혈압을 잘 조절해야 한다. 증상이 심할 때는 혈관을 막히게 만든 혈전을 녹이는 약물을 투여하거나 금속관을 넣어 혈관을 늘리는 확장 수술을 받아야 한다.

‘부정맥’은 심장의 정상 리듬이 깨진 상태를 말한다. ‘정’한대로 ‘맥’이 뛰지 않는다고 해서 부정맥이라 부른다. 이때 심장은 분당 60~100회보다 빨리 뛰거나 천천히 뛰고, 뛰는 속도가 불규칙하게 되기도 한다. 이 경우 심장이 혈액을 제대로 보내지 못해 혈압이 떨어지고 심하면 그 충격으로 실신할 수 있다. 게다가 불규칙적인 심장 박동 때문에 혈구가 터지면 혈전이 만들어져 심근경색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심장의 정상 리듬이 깨져 부정맥이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 먼저 심장이 뛰는 원리를 알아야 한다. 모든 심장 세포들은 전기 자극을 만들어 수축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중 심장의 우심방 근처의 ‘동방결절’이라는 근육은 다른 심장 세포보다 한 박자 빨리 분당 60~100회 전기 신호를 만들어 낸다. 동방결절이 전기 신호를 만들면 그에 따라 다른 모든 심장 근육들은 세포들이 수축과 이완 운동을 한다. 즉 동방결절의 지휘에 따라 모든 심장 세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만약 동방결절 외에 심장의 다른 곳에서 전기 신호가 나타나면 어떻게 될까? 1초에 평균 한번 정도 뛰던 심장 세포들은 어느 신호에 맞춰야할지 모르고 파르르 떨다가 ‘녹다운’된다. 이런 전기 자극은 심실 표면을 헤집고 돌아다니기 때문에 ‘토네이도’라고 부른다. 부정맥은 이처럼 심장에 부는 토네이도 때문에 일어난다.

부정맥은 외부에서 전기 자극을 가해 인위적으로 심장을 ‘재부팅’해 치료한다. 심장 박동수를 점검해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면 부정맥을 의심할 만하다. 부정맥에 걸린 사람은 심장을 흥분시키는 카페인이나 술을 피하는 것이 좋다.

심장의 구조가 잘못돼 있어도 병이 생긴다. 심장판막증은 심장에서 혈액이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해주는 판막에 문제가 생긴 병이다. 피가 역류하기 때문에 심장에 무리가 가서 붓게 된다. 심장 박동에 문제를 일으켜 부정맥으로 발전하기 쉽다. 심장판막증을 치료하려면 수술을 통해 정상적인 모양으로 바꿔야 한다. 정도가 약한 경우는 모양을 교정하는 성형수술로 해결되지만, 심하면 아예 인공판막으로 교체해 줘야 한다. 인공판막을 달면 혈전이 생기기 쉬우므로 평생 동안 항응고제를 복용해야 한다. 항응고제는 기형아 출산 위험이 있는 약품이다.

심실중격결손은 심장의 각 부분을 구분하는 칸막이에 구멍이 뚫린 경우다. 심장에는 산소와 양분이 많은 깨끗한 피와 노폐물이 가득한 더러운 피가 존재하는데 정상인은 이 두 종류의 피가 완전히 분리된다. 심실 벽에 구멍이 뚫리면 깨끗한 피와 더러운 피가 섞인다. 피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 병은 선천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유아기에 발견해서 수술로 치료해야 한다. 다행히 초음파 검사를 하면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발견할 수 있다.

심장과 피는 생명의 상징이며, 뜨거운 감정의 상징이다. 그만큼 심장과 피는 우리 생명과 인격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좋은 치료약이 계속 개발되고 있지만 심혈관질환의 가장 좋은 치료법은 평소 적절한 운동과 식습관으로 피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가벼운 산책이라도 당장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글 : 김정훈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