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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가 미성년자를 구별한다구!?

 출처 : http://scentkisti.tistory.com/entry/자판기가-미성년자를-구별한다구

 

최근 일본에서 스스로 미성년자를 구별해내는 자판기가 등장해 화제다. 개발사에 따르면 10~60대까지 500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약 90% 정확도를 보였다고 한다. 고객들이 ‘성인 인증’ 버튼을 누르면 내장된 카메라가 얼굴을 찍고, 컴퓨터가 주름, 눈, 입 등 신체 특정 부분을 분석한 다음 성인인지 여부를 판별한다. 판별에 걸리는 시간은 3초 정도. 미성년자들에게 유해한 담배 같은 물건을 파는 자판기에 우선 도입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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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판기는 미성년자를 구별하기 위해 얼굴인식기술을 사용한다. 얼굴인식이란 한 마디로 카메라가 얼굴의 이미지를 잡으면 소프트웨어가 이를 저장된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개인의 얼굴을 인식하는 기술이다. 홍채, 지문, 정맥 인식 같은 다른 생체인식기술에 비해 얼굴인식기술은 먼 거리에서 인식이 가능하고 비접촉식이라는 장점이 있다. 이는 사소해 보이지만 사람들의 거부감이 덜해 쉽게 대중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최근 각광받는 얼굴인식기술에 대해 알아보자.

얼굴인식기술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가장 먼저 개발된 것은 2D 얼굴인식기술이다. 쉽게 말해 사진을 찍어 분석하는 것이다. 미성년자를 구별하는 자판기도 2D 얼굴인식기술이 적용됐다.

개인의 특성을 분석하기 위해 사람마다 눈, 코, 입과 같은 얼굴의 특징 점들의 위치나 크기 또는 이들 간의 거리를 기하학적으로 분석하는 방법(Geometrical feature analysis)이 많이 쓰인다. 또 얼굴 이미지의 기본요소를 분석하거나(Eigenface approach), 얼굴 이미지를 얼굴 전체를 나타내는 하나의 템플릿 화상과 비교해 이에 따른 상관도를 분석(Template matching approach)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통계적 분석을 기반으로 신경망의 학습 및 인식기능을 이용하는 방식(Neural network mapping approach)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이런 2D 얼굴인식 방식은 빠르지만, 환경에 따라서 인식의 정확도가 크게 차이가 난다는 취약점을 갖고 있다. 즉 조명의 밝기에 따라 얼굴영상 정보가 손실 또는 왜곡되기 쉽다. 또 얼굴이 촬영되는 각도, 표정, 헤어스타일, 안경의 착용여부에 따라 제대로 인지를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어 집의 현관에 2D 얼굴인식기술로 작동하는 잠금장치가 돼 있다면 미용실에 다녀온 뒤 집에 못 들어가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열적외선을 투사하는 방식이 등장했다. 이는 가시광선을 이용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적외선을 이용한다. 얼굴 혈관에서 발생하는 열을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해 그 패턴을 분석해 개인의 고유특성을 인식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열적외선 방식은 조명의 양이 다르거나 얼굴에 상처가 생기거나, 수염이 나는 등의 변화가 있어도 얼굴을 인식할 수 있다.

최근에는 얼굴인식에 3D 영상을 이용하는 기술이 나왔다. 이 방식은 눈두덩이, 코, 턱 주위 등 얼굴의 특징을 나타낼 수 있는 곳에 점을 찍어 각 점들 사이의 관계를 기록한다. 수평적인 관계뿐 아니라, 깊이를 나타내는 제3의 축을 도입하기 때문에 더 많은 얼굴 데이터를 만들게 된다. 3D 얼굴인식기술을 이용하면 정면 사진과 다른 각도에서 찍은 얼굴도 알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성형 수술을 해 얼굴이 통째로 바뀌지 않는 한, 조명이 변하고 감정에 따라 표정이 바뀌어도 얼굴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다.

3D 얼굴인식을 쓰면 일란성 쌍둥이까지도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일란성 쌍둥이라고 해도 피부의 미세한 주름 등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3D 얼굴인식은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판별해야 하기 때문에 계산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실제 현장에서는 2D, 3D, 열적외선의 장점을 취합한 방식이 유력하다. 3D 데이터를 이용해 얼굴 포즈를 교정한 뒤, 이를 2D로 변환해 2D 얼굴 인식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다양한 각도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2D의 단점과 처리시간이 긴 3D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또 열적외선 영상과 가시광선 영상을 조합하면 조명에 취약한 기존 2D 영상의 문제점을 열적외선 영상으로 보완할 수 있다.

9.11테러 이후 미국, 호주, 영국 정부기관은 외국인의 신원확인과 보안용도로 얼굴인식기술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또 금융권에서는 훔친 카드로 ATM에서 출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얼굴인식 ATM기기를 곧 내놓을 전망이다. 그리고 가격이 낮아진다면 PC 같은 개인용 보안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사실 기술의 성패는 사소해 보이는 곳에서 결정되기도 하는 법이다. 대부분의 첨단기술이 그렇듯 소비자의 거부감을 얼마나 줄이냐에 따라 얼굴인식기술의 성패도 결정될 것이다.

(글 :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