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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철 맞은 공포영화, 보면 정말 시원해질까?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http://scentkisti.tistory.com/215)
글 :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재철 맞은 공포영화, 보면 정말 시원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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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학교. 친구를 닮은 뒷모습에 반갑게 불렀는데 목만 180도 돌려 쳐다보는 그의 얼굴은…. 영화 속 주인공과 호흡을 맞추다보면 저도 모르게 몸이 굳어지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머리카락이 곤두선다. ‘쿠궁~!’ 하는 효과음에 주인공이 비명을 지르자 여기저기 관객들의 입에서도 “꺄악~!”하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오싹한 공포영화는 유독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에 많이 등장한다. 극장가에서는 흉측한 몰골의 귀신이나 잔인한 행위를 일삼는 살인자가 주인공을 뒤쫓고 TV에서도 이에 질세라 흰색 옷에 긴 머리를 늘어뜨린 귀신이 등장하는 한국형 공포드라마를 방영한다. 이들이 강조하는 문구는 언제나 ‘여름 더위를 피해 서늘한 기운을 느끼라’는 납량특집이다.

그런데 공포영화를 보면 정말 시원해질까. 답을 알려면 먼저 우리 몸이 어떻게 추위와 더위를 느끼고 온도를 유지하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인체는 항상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려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뇌의 시상하부에는 체온 감지시스템이 있어 척추, 근육, 혈관, 피부 등에서 온도 변화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체온이 변할 때마다 수시로 대응책을 마련한다. 예를 들어 외부 온도가 높아지면 호흡이 가빠져 체내의 뜨거운 공기를 내뱉고 외부의 찬 공기를 들이마신다. 또 땀을 증발시켜 열을 방출하기도 한다.

반면 체온이 낮아지면 땀구멍을 닫고 혈액도 피부보다는 근육 쪽 혈관을 통해 흐르도록 해 살갗의 열 손실을 최소화한다. 또 근육을 으스스 떨게 해 열을 낸다.

재미있는 것은 공포영화를 볼 때의 몸은 체온이 떨어졌을 때와 비슷한 과정을 겪는다는 사실이다. 공포영화를 보며 공포와 긴장감을 느끼면 뇌는 경고 신호를 온몸에 보낸다. 아드레날린 호르몬이 분비돼 몸의 경계태세가 강화된다. 소화기관에서 근육으로 피가 쏠리며 소화기관의 활동이 줄어든다. 여차하면 몸을 신속히 피하기 위해서다.

또 에너지 방출을 줄이기 위해 피부의 혈관을 수축시킨다. 그래서 얼굴의 핏기가 가시며 창백해지고 피부에 소름이 돋는다. 근육은 수축돼 으스스한 느낌이 나고 땀샘이 자극돼 식은땀이 난다. 식은땀이 증발하면 몸은 더욱 서늘함을 느낀다. 공포영화가 여름철에 많이 개봉되는 것도 이유가 있는 셈이다.

물론 공포영화의 매력은 단순히 오싹함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평소 생활에서 쌓인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는 마음속의 찌꺼기로 남는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잔여긴장’이라고 하는데 이를 해소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더 큰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이다.

신체는 공포와 같은 자극을 받으면 아드레날린이나 도파민 같은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한다. 이때 신체 변화와 함께 짜릿한 쾌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다. 즉 공포영화는 시원함과 더불어 ‘속 시원함’도 느끼게 해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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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이면 공포영화를 보러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사람은 공포를
느끼면 피부의 혈관이 수축돼 얼굴이 창백해지고 피부에 소름이 돋는다.
근육도 수축돼 으스스한 느낌이 나고 식은땀이 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그런데 공포를 이용해 무더위와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는 방법은 현대인만의 전유물이었을까. 어쩌면 조상들도 더운 여름 온 동네 사람들이 모깃불에 둘러앉아 입심 좋은 이웃이 풀어놓는 ‘비오는 날의 공동묘지’나 ‘흰 손이 올라오는 화장실’에 대한 얘기를 들으며 오싹한 밤을 보냈을지 모른다.

변변한 냉방시설이 없던 시절 이만한 피서 방법이 또 있을까. 이번 주말 에너지를 폭식하는 에어컨 대신 오싹한 공포영화 한두 편으로 온 가족이 에너지 절약형 피서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글 :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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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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