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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병 탈출 비결은 살찌는 것?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http://scentkisti.tistory.com/228)
글 : 심우 과학칼럼니스트


맥주병 탈출 비결은 살찌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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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바다다! 작렬하는 태양, 출렁이는 푸른 바다, 손가락 사이로 스르륵 빠져나가는 고운 모래. 그리고 초콜릿 근육을 자랑하는 멋진 강사 오빠! 태연과 아빠에게 수상스키를 가르쳐주기로 한 다부진 몸매의 전문 강사가 다가오자, 태연의 눈은 순식간에 하트모양으로 변한다.

“이 귀여운 아가씨가 오늘 저의 제자로군요. 정말 반가워요. 먼저 안전을 위해 구명조끼부터 입어야겠죠?”

강사오빠가 느끼하게 윙크까지 하며 태연에게 구명조끼를 입혀주자 태연의 심장은 쿵쾅쿵쾅 방망이질을 해댄다.

“먼저 장비를 설명할게요. 이름 그대로 수상스키는 물 위에서 타는 스키에요. 장비가 정말 스키랑 비슷하죠? 이 운동은 1922년 미국의 랄프 사무렐슨이라는 18살 소년이 고안했는데, 겨울에 타는 스노우스키를 일 년 내내 타고 싶어서 시작했다고 해요. 처음엔 물 위에 나무판을 올려놓고 비행정에 이끌려 다니는 모험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보시는 것처럼 모터보트와 첨단 장비가 잘 갖춰진 안전한 스포츠가 됐답니다. 우리 꼬마아가씨도 랄프 못지않게 호기심이 대단해 보이는데, 잘 탈 수 있겠죠?”

“무, 물론이죠. 제, 제가 한 운동 하거든요.”

엉겹결에 그렇게 대답하고 말았지만 사실 태연은 체조는 피노키오처럼, 달리기는 거북이처럼, 수영은 맥주병처럼 못하는 세상에 둘 도 없는 몸치다. 태연이 당황한 것을 눈치 챈 아빠, 태연이 안심하고 물에 들어갈 수 있도록 살짝 옆으로 불러내 수상스키 원리를 설명해 주기 시작한다.

“태연아, 겁먹을 거 없어. 우리가 땅위에 있을 때는 중력과 수직항력(위로 밀어 올리는 힘)이 똑같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 있지만 물에서는 중력이 훨씬 우세해서 가라앉을 수밖에 없지. 그렇지만 스키 판이 지탱을 해주는데다, 중력과 반대방향으로 물체를 떠받치는 힘인 부력 그리고 물 표면이 스스로 수축해 꽉 껴안는 표면장력까지 발생하기 때문에 쉽게 가라앉지 않는단다.”

“그, 그래도 빠져죽으면 어떡해요. 나 과체중인거 아빠도 알잖아. 흑, 이럴 땐 살들이 정말 미워!”

“하하. 오히려 살을 고마워해야 될 걸? 사람 몸은 물보다 밀도가 조금 높기 때문에 가만히 있으면 가라앉고 말아. 하지만 사람마다 밀도가 똑같은 건 아니지. 지방은 근육이나 뼈보다 밀도가 낮기 때문에 지방이 많은 사람일수록 몸의 평균밀도가 낮고, 당연히 물에 뜨기도 쉽단다. 넌 남들보다 몸의 밀도가 낮은데다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서 부피도 상당히 커져 있어. 아빠가 보기에, 물에 빠져 큰일을 당하는 건 불가능해 보이는구나.”

“아빠! 어쩜 어쩜 숙녀에게 그런 모욕적인 말을 하실 수 있어욧!”

“미안, 미안. 겁만 먹지 않는다면 수상스키는 비교적 안전하고 스릴 넘치는 스포츠란다. 이제 스키를 신고 물에 들어가서 모터보트가 시속 24km 이상으로 너를 끌어당기면 몸이 뒤로 쏠리는 관성력이 생길거야. 보트가 속도를 내면 낼수록 관성력도 커지고 덕분에 스릴도 훨씬 강해지겠지. 그럼 어느 순간 너도 수상스키를 즐길 수 있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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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스키의 원리는 물의 부력과 표면장력에 있다. 한 남성 동호인이 부산 수영강에서 수상
스키를 즐기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하긴, 내 친구 동현이도 서핑(파도타기)가 처음엔 무서웠는데, 타다보니 중독이 돼버렸다고 하더라고요.”

“서핑은 파도의 움직임을 이용하는 거라서 더욱 스릴이 넘치지. 파도에는 마루(가장 높은 부분)와 골(가장 낮은 부분)이 있는데, 서핑은 보드가 마루에 올라갔을 때의 위치에너지가 중력에 의해 골로 내려가 운동에너지로 바뀌면서 빠르게 움직이게 되는 스포츠란다. 물과 보드 사이에 생기는 마찰력이 보드의 속력을 떨어뜨리는 것을 막기 위해, 보드 바닥에 왁스를 칠하기도 하지.”

“와, 그냥 물 위에서 노는 건 줄 알았는데, 수상 스키와 서핑에 그런 과학원리가 숨겨져 있는 줄은 몰랐어요. 이제 위험하지 않다는 걸 알았으니까 몸짱 오빠한테 가서 본격적으로 배울래요!”

자신만만하게 스키위에 올라탄 태연. 그러나 1분도 못돼 첨벙 물속에 빠져 허우적댄다.

“악, 사람 살려! 태연이 살려! 과체중 살려!!”

글 : 심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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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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