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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은 살아있다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http://scentkisti.tistory.com/222)
글 : 심우 과학칼럼니스트
 


장난감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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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놀다 오겠다며 밖으로 나간 태연, 십분도 채 지나지 않아 씩씩거리며 집으로 되돌아온다. 현관문을 탁 닫자마자 ‘우앙~’하고 울음을 터트리는 태연. 어찌 된 것인지 이마에는 자두만한 혹이 불룩 튀어나와 있다.

“아빠, 철수가 요요로 내 머리에 혹 만들었어요!! 엉엉~ 하도 요요 잘한다고 자랑하기에, 요요를 잘해서 만날 요요현상이냐고, 살 좀 빼라고 한마디 했거든요. 그랬더니 이렇게 해놨어, 엉엉~”

“안 그래도 비만이 걱정인 애한테 요요현상 얘기를 했으니, 너도 잘한 건 없구나. 그런데 사실 네 말에도 일리는 있어. 장난감 요요는 ‘다시 돌아온다’는 뜻의 필리핀 말이거든. 다이어트를 할 때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 버리는 요요현상도 같은 뜻이고 말이야.”

“이 요요가 그 요요라고요? 그러면 이것저것 따질 것도 없어요. 철수는 무조건 요요 대장이 틀림없을거에요. 씩씩. 아빠, 저 결심했어요. 철수를 이기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요요를 잘 할 수 있는지 비결을 알려주세요!”

“요요는 가운데 축이 있는 바퀴와 기다란 줄로 만들어진 아주 간단한 장난감이야. 하지만 그 안에는 여러 가지 중요한 과학지식이 숨어있단다. 요요에 실을 돌돌 감아서 아래로 놓으면 실이 풀리면서 회전을 하게 되고, 실이 다 풀렸을 때는 상당한 양의 회전운동에너지를 갖게 되지.”

“맞아요. 그리고 보니 저도 매번 거의 다 풀릴 무렵 줄이 엉키고 그랬거든요?”

운동을 하는 물체는 외부의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계속 같은 운동을 하려고 해. 이런 특성을 관성이라고 하는데, 요요 역시 관성에 따라 계속 회전을 하게 되고 제 몸에 다시 실을 돌돌 말아 위로 올라오게 된단다. 손에 닿을 때쯤엔 회전운동에너지가 위치에너지로 바뀌고, 놓으면 또 회전운동에너지로 바뀌고. 이렇게 계속 반복되기 때문에 오랫동안 요요를 할 수 있는 거란다. 하지만 회전하는 요요의 운동을 상하 운동으로 바꾸어 주려면 중간에 약간의 시간이 필요해. 네가 너무 빨리 요요를 낚아 챈 건 아닐까?”

“와, 그럼 관성에 의해 요요가 말려 올라오는 타이밍만 정확히 잡으면 요요를 잘 할 수 있겠네요? 역시, 과학을 알아야 노는 것도 잘할 수 있겠네요.”

“그럼. 장난감에는 생각보다 아주 많은 과학지식이 숨어있단다.”

“아빠. 갑자기 궁금해 졌는데요, 뒤로 확 잡아당겼다 놓으면 쌩하고 달려가는 모형자동차 있잖아요. 그게 어떻게 달려가는지 궁금해 졌어요.”

“어릴 때 많이 가지고 놀던 태엽자동차 말이니? 갑자기 그건 왜?”

“실은 요즘에도 가끔 갖고 놀거든요. 아까도 가지고 놀다 나갔는데….”

“하하. 아이고, 우리 태연이 아직 아기였네? 그 모형자동차는 탄성을 이용하는 거란다. 스프링을 눌렀다 놓으면 다시 똑같은 모양으로 되돌아가지? 그렇게 외부 힘에 의해 변형을 일으켰다가 힘이 사라지면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가려는 성질을 탄성이라고 하는데, 장난감 자동차에 태엽을 감고 뒤로 쭉 잡아당기면 탄성에너지가 크게 증가한단다. 이때 자동차를 놓으면 탄성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바뀌면서 튀어나가게 되는 거지.”

“와, 재밌어요. 아빠. 또 얘기해 주세요, 또요!”

“글쎄다. 또 무슨 장난감 얘기를 해줄까. 아! 조트로프 얘기를 해주면 되겠구나. 네가 유치원에 다닐 때 만들어서 집에 가져온 장난감인데, 기억이 나려는지 모르겠다. 연속되는 동작을 그림으로 그리고 검정색 원통 안에 약간의 간격을 두고 그것들을 붙이는 거야. 그런 다음 세게 돌리면 그림들이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장난감, 혹시 기억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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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은 단순해 보이지만 많은 과학적 연구에 의해 만들어진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네! 기억나요. 창문 같은 틈을 통해 돌아가는 원통을 보면 정말 그림들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재미있어서 꽤 오랫동안 가지고 놀았었어요.”

“맞아, 그런데 그 조트로프는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애니메이션과 영화의 어머니란다. 촛불을 한참 바라보다 갑자기 다른 곳을 보면 아직도 촛불이 보이는 것처럼 느껴지지? 그렇게 눈으로 본 사물의 모습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뇌 속에 남는 현상을 잔상이라고 하는데, 조트로프는 이러한 잔상효과를 이용해 여러 장의 그림을 빨리 보여줘 동영상으로 만들어주는 최초의 장치란다. 이것이 발전해서 1초에 수십 컷의 그림을 보여주면 애니메이션이, 사진을 보여주면 영화가 되는 거지.

“와, 그럼 내가 유치원 다닐 때 일종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던 거네요? 아빠, 이제 장난감 속의 과학을 많이 배웠으니까 실제로 확인해 봐야겠어요. 일단 워밍업 삼아 요요의 관성부터 해 볼께요.”

하지만 과학적인 이론을 알았다고 해서 실제로도 잘 되는 법은 아니다. 요요를 꺼내들고 거실에서 연습을 하던 태연이의 손가락엔 관성의 법칙 같은 건 어디로 사라지고 없다.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그만 장식장에 있던 오래된 도자기를 ‘쨍그랑’ 깨고 만다.

“으아아악!! 조상 대대로 물려온 고려청자를 깨다니! 태연이 너, 너, 거기 못 서!!”

엄청난 실수를 깨달은 태연은 쏜살같이 줄행랑을 치고, 아빠는 순식간에 헐크로 변해 태연에게 돌진한다. 다리몽둥이라도 분지를 태세다.

“아, 아빠. 잘못했어요~ 요요! 요요! 제발 원래의 자상한 아빠로 돌아와 줘~ 요요!!”

글: 심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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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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