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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촉감의 창조자, 햅틱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http://scentkisti.tistory.com/191)
글 : 박준석·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융합기술연구부문 그린컴퓨팅연구부 책임연구원



디지털 촉감의 창조자, 햅틱



요즘 광고에 나오는 휴대전화는 그저 단순한 기계 덩어리가 아니다. 흔들면 주사위가 구르는 느낌이 나고, 누르면 메뉴 아이콘이 따라 움직인다. 만지면 바로 반응한다. 지난해부터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아온 새로운 휴대전화 터치폰은 모바일 기기의 유행을 이끌고 있다. S전자에서 나온 햅틱폰도 터치폰의 일종이다.

이 때문에 햅틱이라는 전문용어를 마치 특정 휴대전화의 이름이나 애칭으로 아는 사람들도 주위에 많다. 사실 햅틱은 촉감을 이용해 어떤 기기를 제어하는 기술인데 쉽게 말하면 전자기기를 만지거나 다룰 때 실제로 특정한 물체를 만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최근 터치폰 뿐 아니라 터치스크린용 스타일러스펜, 각종 게임장치 등 여러 종류의 전자기기에서 햅틱 기술이 쓰이고 있다. 차가운 디지털 기기와 따듯한 아날로그적 감성이 결합됐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햅틱 기술의 핵심은 진동이다. 삼성전자의 햅틱폰은 진동 모터에서 22가지의 진동 패턴을 만들어 주사위 놀이나 윷놀이 등을 할 때 실제로 물체를 만지는 느낌을 갖게 한다. 노키아는 휴대전화에 진동 센서를 달아 공이 튀는 느낌을 구현해 실감나는 탁구를 즐길 수 있게 했다.

과거의 밋밋한 터치스크린은 진동이 없어 기기를 만지고 다루는 느낌이 없다. 이 때문에 손가락이 큰 사람이나 기기 사용에 익숙지 않은 중장년층이 사용할 땐 실수나 오작동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이 같은 단점을 개선한 게 바로 햅틱 기술이다. 햅틱은 사용자에게 현실감과 정확성을 주는 한편, 오작동 비율을 줄이고, 동작 효율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진동은 진폭과 주파수, 전달 시간 등을 바꿔가며 다양한 촉감 유형을 만들 수 있다. 이 자극을 사람의 피부에 가해 가상의 촉감을 전달하는 기술이 바로 햅틱 인터페이스다. 터치폰의 터치스크린 밑에는 작은 진동 모터가 달려 있다. 터치스크린을 누르면 진동 모터가 작동하고 이때 발생한 진동 자극의 촉감은 누른 손가락의 피부를 통해 사용자에게 전달된다.

햅틱 촉각을 사람이 인지하는 경로는 크게 2가지다. 무게나 형상, 굳기 등 근육이 감지하는 경로와 표면 무늬나 질감, 온도 등 피부가 느끼는 경로다. 크게 힘 인터페이스와 질감 인터페이스로 나눌 수 있다.

미국 기업 센서블테크놀로지가 개발한 팬텀 장치가 대표적인 힘 인터페이스다. 이 기업은 팬텀 장치를 이용해 손가락을 넣고 컴퓨터 화면 속의 물체를 움직이면 촉감이 느껴지는 골무를 만들기도 했다.

질감 인터페이스는 진동 모터 같이 작고 효율적인 부품이나 소재로 사람 피부에 자극을 가해 가상의 느낌을 전달한다. 햅틱폰이 가장 단순한 질감 인터페이스의 사례다. 앞으로 질감 인터페이스는 많은 휴대기기에 내장되면서 다양하게 응용될 것이다. 이런 기술은 기본적으로 터치스크린에 진동 모터를 달고, 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와 촉각 효과 라이브러리, 응용 프로그램과의 연계를 위한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등으로 실현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지난해 개발한 햅틱펜. 이 펜으로 전자기기를 조작하면 실제로
누르고 만지는 듯한 촉감을 느낄 수 있다. 사진제공 ETRI>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해 초 국내 처음으로 햅틱펜을 개발했다. 보통 PDA 같은 휴대기기에서 쓰이는 펜은 터치스크린에서 정확한 점을 찍는 걸 돕는 역할에 그친다. 이에 비해 햅틱펜은 내부에 소형 진동모터를 내장해 터치스크린을 이용하면서 다양한 촉감을 느낄 수 있다. 진동과 충격, 소리 제공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컴퓨터 윈도우 시스템의 메뉴와 아이콘, 버튼, 스크롤바를 클릭, 드래깅, 드롭하며 조작할 때 각기 다른 촉감을 생성한다.

햅틱펜은 햅틱폰보다 더 정교한 진동을 발생시킬 수 있다. 햅틱폰에 달린 진동 모터는 전기가 끊어져도 관성 때문에 한동안 좀 더 떨리다 멈춘다. 이 때문에 같은 시간 동안 빠르게 자주 진동을 발생시키기 어렵다.

ETRI가 만든 햅틱펜에는 위아래 방향으로만 작동하는 모터가 들어 있다. 모터가 전체적으로 떨리는 게 아니라 양방향으로만 움직이기 때문에 기존 진동을 빨리 끊고 새 진동을 빨리 시작할 수 있다. 같은 시간 동안 햅틱폰보다 더 정교하고 더 많은 조작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버튼을 누르는 동작은 아래로 내려가는 움직임과 위로 올라오는 움직임 두 가지를 아주 빠르게 연결해야 한다. 이를 햅틱폰에서 구현하면 실감이 잘 나지 않지만 햅틱펜에선 진짜 누르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또 휴대전화에 진동 모터를 넣으면 전화기 자체의 질량 때문에 진동 효과가 일부 감소된다. 펜은 전화기보다 가벼워 약한 진동도 더 쉽게 느낄 수 있다.

햅틱 기술은 자동차와 로봇, 의료 분야에도 널리 활용될 전망이다. 자동차 회사 BMW는 5 시리즈 이상의 고급 승용차 모델에 아이드라이브라는 햅틱 회전조절기를 설치했다. 이는 운전자가 에어컨, 오디오, 창문 등 자동차 내의 진동장치를 다이얼 하나로 조작할 수 있는 장치다. 특히 조작 대상이 바뀌거나 기능이 바뀔 때 촉각을 전달해 운전자가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도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직관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삼성전자의 햅틱폰. 여기 사용된 햅틱 기술은
디지털 기기와 아날로그적 감성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일본 기업 알프스전기는 햅틱 기술을 적용한 운전대와 페달, 기어 시스템인 햅틱 코멘더를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자동차 바퀴에 달린 센서를 통해 노면의 상태를 감지한 뒤 운전대에 달린 햅틱 장치를 통해 페달에 저항감을 줘 운전자가 노면 상태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또 바퀴가 차선을 벗어나거나 졸음운전을 하는 경우에는 운전대를 통해 경고 진동을 주거나 동작을 멈추게 해 안전성을 향상시켰다.

또한 멀리 떨어져 있는 작업 환경에서 사람이 햅틱 장치를 이용해 로봇을 조작하면 원격지의 환경을 판단하면서 조작자의 의지대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을 이용하면 우주나 원자로, 심해 등 극한 환경에서의 작업을 더욱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수술용 기구로 피부를 절개하거나 장기를 다룰 때의 촉감까지도 만들어내는 의료용 햅틱 장치들이 등장하고 있다.

햅틱 기술은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생활 곳곳에 적용되고 소리와 통합돼 다중감각 인터페이스라는 새로운 차원의 디지털 세상을 열 것이다. 휴대전화로 영화를 보며 액션신의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나고,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부드러운 실크의 촉감을 맛보며 새 옷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온 몸으로 느끼는 햅틱의 디지털 세상을 맞을 준비가 되었는가?

글 : 박준석·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융합기술연구부문 그린컴퓨팅연구부 책임연구원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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